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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마을 풍경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옆집에 사는 아이 셋은 신이 났다. 아이들이 귀한 이 마을에서 제일 어린 아이들이고 막내가 8살이다. 오빠 둘을 형이라고 부르며 남자 아이 처럼 논다. 엉덩이에 커다란 비닐을 깔고 집앞 야트막한 경사길을 미끄럼을 타며 즐거워한다. 그 집의 개 백구도 덩달아 뛰어다닌다. 동네 할머니들은 마당 앞 길만 겨우 쓸어놓고는 행여 넘어질까 봐서 나오지는 못한다. 마을 회관앞에 줄지어 있는 운동기구는 눈을 뒤집어쓴 채 서 있고 아이 셋의 웃음소리는 더 높아만 간다. 2021. 1. 22.
미래의 일기를 쓰다. 12살된 외손녀가 미래의 일기를 썼다. 요약하자면 '2050년 어느 주말을 맞아 진공열차를 타고 미국에서 아침밥을 먹고 왔다. 이 진공열차는 단 몇분만에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다.한국에 도착해서 점심 먹기전 입체 홀로그램으로 생동감 있는 영화를 본다.영화 내용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니 도우미 로봇이 음악을 틀어주어 기분전환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외손녀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겠다. 그나저나 그런 세상이 오기는 하는 걸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도 몇 십년전 몇 백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 이었겠지.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로 갈 수 있고 KTX처럼 빠른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에 갔다가 그 날로 되돌아 온다. 멀수록 좋다는 화장실이 집안에 있고 빨래는 세탁기가, 청소는 청소.. 2021. 1. 20.
벽장(壁欌) 할아버지가 기거하시고 한자를 가르치시던 석호정 방에는 벽장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가끔 외지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 들어올때 할아버지께 인사하고 맛있는 것을 사와서 드리고 간다. 주로 곶감,사탕,부드러운 과자,꿀,엿 등이다. 할아버지는 손자,손녀에게 조금씩 꺼내어 주셨다. 군것질거리가 귀하던 그 시절에 당연히 꿀맛 이었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안 계실때에도 한번도 벽장문을 열어 본 적이 없다. 어른들 물건은 함부로 만지면 안된다는 가르침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주시는 것만 먹으며 그 속에는 항상 맛잇는 간식거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만 했다. 우리집에는 없는 벽장이 괜히 좋아보였고 친구집에 벽장이 있으면 그 속에는 귀한 물건이 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 석호정 벽장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2021. 1. 18.
겨울철 별미 매생이 굴국 오랜만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재래시장에 들렀다. 오늘은 날씨가 조금 풀려서 인지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매생이와 굴도 샀다.매생이는 전라남도 강진과 완도 등에서 자란다고 한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널리 알려진 음식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랬던게 매생이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 가격도 제법 올랐다. 이 매생이국은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아 옛 사람들은 미운 사위가 오면 매생이국을 끓여준다고 한다. 입천장 다 데어서 혼 나보라고. 나는 사위가 왜 미운지 알지 못한다. 저녁 밥상에 매생이 굴국을 올렸다.매생이 요리는 여러가지 이지만 추운 겨울에는 뜨끈한 국물이 최고다. 입천장 데지 않으려고 후후 불면서 먹으니 속이 따뜻하고 편안해진 느낌이다. 2021. 1. 15.
호두과자 천안 휴게소에는 어김없이 호두과자가 있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맛이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다. 나도 천안 휴게소에서 내리면 가끔 사기도 했다. 이 호두나무는 고려 충렬왕때 원나라에 간 사신이 돌아올때 어린나무와 열매를 가져와서 고향인 천안시 광덕면에 심었다고 한다.우리나라에 호두가 전해진 시초가 되었다 하여 이곳을 호두나무의 시배지라 부른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오랑캐(胡) 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桃) 라고 하여 호도(胡桃) 라고 불렸다고 한다. 천안을 지나다 보니 호두과자 간판이 많이 보였다. 2021. 1. 13.
겨울 참새떼 온통 흰 눈으로 덮인 들판에 참새떼는 그래도 날아다닌다. 전깃줄에 떼지어 앉았다가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흩어졌다 다시 모여 앉는다. 마치 누군가의 지휘 아래 군무를 추는 듯 하다. 신기해서 바라보고 있자니 한 마리도 그 무리를 이탈하지 않고 모여서 같이 날고 같이 앉는다. 참새가 겨울을 안전하게 지낼수 있는 것은 무리지어 서식하면서 체온을 올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무얼 먹고 사나 했더니 말라 비틀어진 풀씨도 먹고 나무에 붙어있는 해충알도 먹는다고 한다. 들판의 논에 참새떼가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쪼아 먹는다. 아마도 작년 추수때 떨어진 벼의 낟알 이겠지. 사람도 짐승도 새들도 혹독한 추위의 겨울나기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가보다. 2021. 1. 11.
좋은 노랫말 7~80년대 유행하던 노래는 곡도 물론 좋지만 가사마다 의미가 있고 시적이다. 그래서 그 시절 노래를 좋아한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는 가사가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젊은날 다방에 들어서면 주로 조용필의 노래가 흘러 나왔는데 듣기에 좋았다. 내가 조용필의 노래를 좋아하는 줄 알고 사위가 조용필의 콘서트를 두번이나 보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인천 문학경기장 두번째는 서울 올림픽 체조 경기장 이었다. 남편과 같이 가라고 표 두개를 예매해 주었지만 한사코 가기 싫다는 남편 대신 바로 밑 여동생과 함께 갔다. 우리 둘은 손을 흔들며 아주 신이 났었다. 남자들은 형님이라 외치고 여자들은 오빠라고 외치며 그야말로 너무들 좋아했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조용필의 노래는 많지만 계절에 딱 맞는 노래 '.. 2021. 1. 9.
설경(雪景)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매서운 추위가 계속 될거라고 보도했다. 비교적 따뜻하다는 제주도도 57년만에 한파경보가 발효 되었다고 한다. 우리집 뒷산에는 늘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가 빽빽하다. 나뭇잎위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가 바람이 불면 마치 나무에서 눈이 다시 내린듯 흩날린다. 온 세상이 하얗게 되니 내 마음도 하얗게 되는 것 같다. 이럴때 화가들은 멋지게 설경을 그리고 시인이나 작가는 감동적이고 멋진 시와 글을 쓴다. 멋있는 글을 쓰는 작가들은 내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날씨는 매우 춥지만 눈 덮인 풍경은 너무나 멋지다. 2021. 1. 8.
우아하고 교양있게 나이 들고 싶다. 마트에서 본 일이다. 마스크를 턱 밑에 걸친 할아버지를 보고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 "마스크 잘 써주세요." 라고.그러자 그 할아버지 대뜸 반말로 화부터 내며 "내가 안경 때문에 마스크를 쓰면 안 보여서 내린 건데 네가 나더러 이래라 저래라 하냐? 응?네가 안경을 쓰면 나보다 더 썼냐? 내 나이가 80이다." 안경 낀 그직원은 어이 없어했으나 듣고만 있었다.한마디 더 하면 때릴 기세다. 내가 마트를 나올때까지 상황에 맞지도 않는 말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80이면 너그러워져야 되지 않나? 나는 저렇게는 나이들지 말아야겠다. 새치기도,반말도,욕도 안하고 우아하고 교양있게 나이들고 싶다. 나이드는게 부끄러운 일도 아니지만 지위나 자격도 아닌데 마치 큰 벼슬을 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되겠는가? 나이.. 2021. 1. 7.
겨울 방학의 추억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친정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이다. 내가 국민학교 1학년때 겨울 방학이 되자 아버지는 한문 책 한권과 방학 과제물을 챙겨 외가로 보내며 이 책을 공부하여 음과 뜻을 다 알거든 집으로 오라고 하셨다 한다. 아마 방학이 끝나도 어려울거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그러니까 방학동안 외가에서 살라는 뜻이다. 그런데 웬걸 일주일 만에 외할머니 손을 잡고 집으로 왔다고 한다.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한자를 읽고 뜻을 말하니 내심 놀라신 아버지는 순서를 바꾸어 물으셨고 나는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글자는 모르면서 무조건 달달 외우기만 한 것이다. 외할아버지는 이런걸 다 아시면서도 어린것이 얼마나 집에 가고 싶으면 그랬겠냐고 하셨다 한다. 외가는 넓고 외사촌 오빠,언니도 있고 무엇이든 해주려고.. 2021.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