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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다 화단에 아이리스가 싹을 비죽이 내밀었다. 새파란게 귀엽기 까지 하다. 그러고 보니 국화도 싹이 올라오고 있고 매화나무도 꽃망울이 맺혔다. 모질고 긴 추위를 견디고 그래도 봄을 알리는 기특한 녀석들이다. 산책길에 보니 쑥도 쑤욱 얼굴을 내밀었다. 그래 너희들은 어김없이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추운 겨울에는 죽은 듯이 있었지만 싹을 틔우고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양지바른 논둑에는 냉이도 제법 있다. 냉이를 캐서 냉잇국을 끓여야겠다. 기다리던 봄,반가운 봄이 오고 있다. 2021. 2. 14.
엄마의 마지막 설날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지 벌써 5년이 되었다. 돌아가시기전 그러니까 엄마로서는 마지막 설날이 된 그날 우리집에서 엄마의 바람대로 오남매가 각자의 자녀들을 데리고 모이게 되었다.사정이 있어 못 온 조카들을 빼고 모두 19명 이었다. 엄마는 소파에 앉아 우리들이 먹고 떠드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 보셨다. 그날이 엄마의 마지막 설날이 될 줄은 거기 모인 자손들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명절이 지나 각자의 집으로 가면서 추석에 우리집에서 다시 모이자고 했지만 그해 추석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엄마가 여름 막바지에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해 가을에 기어이 하늘나라로 가셨다.엄마 연세 86세. 남들은 적당한 때에 잘 가셨다고 위로했지만 못 해 드린 것만 생각나 후회가 되기도 한다. 부모님 생.. 2021. 2. 12.
우리의 설빔 우리 고유의 명절 설날이 이틀 남았다. 지금 아이들은 365일 좋은 옷을 입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설날이나 되야 새옷을 입을 수 있었다. 나는 큰 딸이고 큰 집에는 오빠들만 있으니 당연히 내 옷은 새로 사거나 옷감을 사다 엄마가 만들어 주시거나 했다. 세살 터울인 여동생은 내 작아진 옷을 물려 입었다. 어릴때부터 멋내기를 좋아하던 여동생은 어느날 울면서 엄마한테 말했다. "왜 나는 언니 옷만 입어야 해? 이번 설날은 새 옷 사줘"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난처해진 엄마가 달랬지만 막무가내로 새 옷을 사달라는 동생에게 엄마는 장날 옷감을 사와 옷을 만들어 주셨다.색깔도 선명하게 생각난다. 내옷은 옅은 보라색,동생은 분홍색으로. 지금 생각하면 촌스러운 그 옷을 입고 동생은 좋아서 겅중겅중 뛰.. 2021. 2. 10.
선물 아들과 딸은 수시로 택배로 먹을 것을 보내오고 가끔은 동생들도 택배를 보내온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받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들 친구가 택배를 보내왔다. 수제 도라지청과 도라지 정과이다. 도라지청은 먹어 보았지만 도라지 정과는 처음이다. 앙증맞은 크기의 정과는 쌉싸름하고 달지 않아 좋다. 이 고장 특산물은 밤이다.달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가을이면 동네 사람들이 주기도 하고 수확이 끝난 밤산에 올라 조금씩 주워서 지인들에게 보내주곤 했다. 아들 친구도 그 중에 한명이다. 그걸 잊지 않고 명절 선물이라고 보내준 것이다. 무얼 바라고 준건 아니지만 역시 선물 받는건 기분 좋은 일이다. 2021. 2. 8.
미용실 수다 동네 미용실은 머리손질이 목적이지만 여자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곳이기도 하다. 누가 땅을 사고 누구는 바람이 나고 누구는 부부 싸움을 하고 누구네 자식은 어떻고 등등 남의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자기들의 이야기로 돌아온다.그 중에 압권은 목소리 높여 하는 자식 자랑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남편들은 천하에 둘도 없는 웬수(원수)가 된다. 저렇게 떠들다 집에 가면 속은 참 후련할 것 같다. 가슴에 묻어둘게 없으니 답답하지도 않을 것 같다. 답답할게 없으니 머리도 안 아플 것 같다. 큰소리로 말을 했으니 소화도 잘 될 것 같다. 밤에 한번도 깨지 않고 잠도 잘 잘것 같다. 나는 여태껏 저걸 못 해보고 사니 조금 부러운 생각도 든다. 2021. 2. 4.
입춘(立春) 오늘은 봄을 알린다는 입춘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새 눈이 제법 내렸다. 입춘이 되면 立春大吉(입춘대길) 建陽多慶(건양다경) 등의 글귀를 적어 대문이나 대들보에 붙이는 풍습이 있다. 좋은일이 많이 생기라는 뜻이다. 날은 여전히 춥지만 입춘이 되었으니 머지않아 따뜻한 봄이 오겠지. 2021. 2. 3.
불 주사 어느 시인의 왼쪽 어깨에는 불 주사를 한꺼번에 두번이나 맞아 생긴 커다란 흉터가 있다고 한다. 예전에 결핵 예방을 위해 맞은 주사로 어려웠던 시절이라 일회용 주사기 대신 유리 주삿바늘을 알코올 불에 소독하여 재사용 하였다고 한다.그래서 불 주사라고 불렀다. 아이들은 이 주사 맞기를 무서워 했다. 시인의 어머니는 이 주사를 맞으면 좋은 것이라고 하고 공짜라고 하니 지극히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예방주사를 한번 더 맞히려고 줄을 다시 서게 하여 두번을 맞히고도 한번 더 맞히려다 들켜서 두번에 그쳤다고 한다. 아들 사랑하는 어머니 마음이라 웃어 넘겨야 하나? 그때는 보건소 직원들이 학교로 오면 단체로 줄을 서서 주사를 맞았다. 나는 너무나 겁이 나서 살짝 도망가면 선생님이 붙잡아 세워 주사를 맞게 했다. 요즈음.. 2021. 2. 1.
조그마한 인공 연못 우리집 텃밭 옆에는 조그마한 연못이 있다. 남편은 나이들면 시골에 집을 짓고 살면서 연못도 만들고 개도 키우며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다. 그래서 이곳에 오자마자 인공 연못을 만들었다. 땅을 깊이 파고 물이 새지 않게 비닐을 깔고 다시 흙을 덮고 둘레에는 갖가지 크기의 돌을 쌓아 그럴싸하게 꾸며 놓았다. 취미가 낚시인데 붕어를 잡으면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하고 이 연못에 넣어준다.우렁이도 잡아 넣고 연꽃도 구해서 넣고 여름이면 연못 둘레에 봉숭아도 심었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 갔다. 그런데 며칠전에 붕어들이 모조리 배를 드러내놓고 뒤집혀 죽어 있었다. 연못이 얼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얼어 죽지는 않은것 같고 농사철이 아니니 농약이 튀었을리 없고 원인은 알수 없지만 한마리도 남김 없.. 2021. 1. 29.
오남매 이야기 과거에는 아들은 매우 중요시하고 딸은 천대하는 그런 시절 이었다. 우리 남매는 아들 둘, 딸 셋 이렇게 오남매 이다. 부모님이 혼인하고 7년만에 첫 딸인 나를 낳았을때는 괜찮았는데 바로 밑 여동생이 태어나자 아버지는 몹시 서운해 하셨고 오히려 할아버지께서 그런 아버지를 나무라셨다고 한다. 여동생이 기어다니며 방실방실 웃을때는 그래도 예뻐하셨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남동생이 태어나자 터를 잘 팔았다며 좋아하셨고 '원기소'라는 영양제를 사먹일 정도로 남동생은 사랑을 받았다. '원기소'는 당시 유행하는 영양제인데 엄마는 시렁에 올려놓고 남동생에게만 주었다. 그 다음 여동생이 태어난 날은 내가 막 11살이 되던해 눈이 펑펑 쏟아지던 겨울밤 이었다. 옆집에 사시는 큰어머니를 모셔오라는 엄마의 말에 잠이 깨었고 태.. 2021. 1. 27.
휴관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전국적으로는 줄어들고 있으나 잠잠하던 이 지역은 확진자가 늘어났다. 그래서 작은 도서관이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도서관에 애정을 가지고 봉사한 봉사자들 끼리도 만난지 오래 되었다. 겨울 방학이면 진행하던 대학생 학습지원도 이번에는 하지 않아 도서관이 썰렁했었다.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올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21.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