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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가을 찌는 듯한 여름날에는 가을이 언제 오나 했지만 가을은 이미 와 있다. 들에는 벼가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서 있고 밤송이는 입을 벌리기 시작한지 한참이 지났다. 코스모스는 한들거리고 하늘은 높아지고 더 푸르러졌다. 새파란 하늘에 구름은 더욱 희게 보이고 바람은 한결 시원해졌다. 농부들은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오랜만에 재래시장에 갔더니 농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없는게 없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더욱 풍성해진것 같았다. 2021. 9. 13.
39년간의 순애보 신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해 보았다. 의료사고를 당해 39년간 식물인간으로 살아온 프랑스 축구 선수 아담스가 결국 숨졌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긴 세월동안 목숨을 의지한건 아내의 헌신적인 희생 덕분이다. 무릎 부상을 당한 아담스는 의료진의 실수로 기관지가 경련을 일으켜 뇌에 산소가 모자라게 되어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이후 아내에게 의지해 목숨을 유지했다. 아내는 두 아들을 키우며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아담스에게 음식을 흘려주고 대소변을 받고 목욕을 시키고 면도도 해주었다. 매일 옷을 갈아 입히고 향수도 뿌려주고 산책을 시켜주기도 했다. 아담스는 인공 호흡기는 꽂지 않았고 의식은 없지만 호흡은 스스로 할수 있었다. 아내는 의술이 발달해 의식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살았다. 아내의 걱정은 혹시.. 2021. 9. 9.
이른밤 줍기 밤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벌써 밤줍기가 한창이다. 밤의 종류는 여러가지여서 지금 줍는 이밤은 이른밤 이라고 한다. 일손이 부족해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이 밤줍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다. 수확이 끝난 밤산에서 밤을 주워가라고 해서 밤을 주워 본적이 있는데 정말 힘들다.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해야 하고 밤송이에 붙어있는 밤을 집게로 파내기도 해야 한다. 모든 산은 경사가 심하고 또 모기떼의 습격도 만만치 않고 가끔이지만 뱀도 만난다. 그래서 산에서 밤줍기는 하지 않고 길위로 떨어진 밤만 줍는다. 생산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모든 농산물은 하나도 비싸지 않다. 2021. 9. 6.
강물에 떠내려간 신발 한 짝 며칠전 내린 집중호우로 마을앞 하천에 물이 가득하다. 마을끼리 이어주는 다리에 물이 닿을듯하다. 옛날에는 여기에 징검다리를 놓고 건넜다고 한다. 이걸 보니 초등학교때의 일이 생각난다. 학교에 가려면 조그만 강을 건너야 하는데 거기에도 징검다리가 놓여 있었다. 어느날 아침에는 내리지 않던 비가 장대같이 쏟아지자 선생님들은 수업이 끝나기전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성화셨다 비가 많이 오면 징검다리도 물속에 잠기기 때문이다. 동네 언니 오빠들과 함께 징검다리를 건너가다 내 신발 한 짝이 벗겨져 세차게 흐르는 강물따라 떠내려가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장대비라 물살이 매우 거셌다. 아마 신발이 조금 컸을것이다. 부모님은 꼭 조금 큰걸 사주셨던걸로 기억한다. 엄하신 아버지 얼굴이 떠올라 오던길을 되돌아 .. 2021. 9. 2.
나태주 시인의 시 혼자서 나태주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롭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나태주 시인은 교단 생활을 하다 정년퇴임 하고 시인으로 살고 있으며 공주 풀꽃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어보면 간결하고 깔끔하다. 풀꽃 문학관에 한번 가봐야겠다. 2021. 8. 30.
김장 배추를 심다 동네 사람들이 김장 배추를 심기 시작했다. 배추 심는 시기는 처서를 전후해서라고 한다. 23일이 모기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였다. 처서가 지나고 나도 김장 배추 모종을 심었다. 다 자란 배추를 사서 김장을 할때보다 더 재미가 있다. 이 연한 모종이 커다란 배추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왠지 뿌듯하기도 하다. 잘 자라라고 풀도 뽑아주고 물도 주면 어느새 포기가 커지는게 여간 기특한게 아니다. 무씨도 뿌렸다. 김장에 필요한 갓은 9월초에 뿌린다고 한다. 2021. 8. 26.
허수아비를 얕잡아 보는 새들 어느새 들판의 벼가 여물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허수아비가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모자도 비뚤어지게 눌러쓰고 양팔을 벌리고 서있지만 새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벼를 쪼아먹는다. 새들도 세월따라 영리해 진건가? 저게 사람이 아니고 허수아비라는걸 아는가보다. 피땀 흘려 농사지은 농부 마음은 쓰리기만 할 것 같다. 허수아비 말고도 갖가지 도구가 동원된다. 독수리 모형을 매달아 독수리가 날아가는 것처럼 꾸며놓기도 한다. 그래도 새들은 다시 날아와 벼를 쪼아 먹는다. 허수아비를 얕잡아 보는 저 새들이 조금 얄미워보인다. 2021. 8. 23.
표창패 어제는 이곳 행정복지 센터에서 시장(市長)과 마을 발전위원회원들과의 토론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시장님은 읍,면,동을 차례로 돌며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시정에 적극 반영 한다고 한다. 약 두달전 쯤에 면장이 공로상 수상자로 나를 추천했고 토론회가 열리기전 시상식이 있다고 했다. 2층 대회의실에 들어서니 중앙으로 위원들이 앉아있고 수상자 이름이 적힌 의자에 앉으라고 관계자가 안내해 주었다.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고 표창패와 꽃다발을 받고 사진도 찍었다. 수상자는 남자 2명 여자 2명이었다. 조금은 쑥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날이었다. 2021. 8. 20.
고향마을 들샘 고향마을 들판 한가운데에 동네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커다란 샘이 있다. '들샘'이라고 부르는 이 샘은 밑에서 계속 물이 나온다. 어릴때 동그란 물방울이 연이어 올라오는 것을 보며 참 이쁘다고 생각했었다. 겨울에는 미지근하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참 좋았다. 빨래를 하며 소식을 주고 받던 곳이며 여름밤에는 동네 사람들이 목욕을 하던 곳이다. 초저녁에 여자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목욕이 끝나 조용해지면 남자 어른들이 목욕을 하는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었다. 이제 고향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10명도 되지 않지만 그 들샘은 여전히 깨끗한 물을 채워내고 있다. 써도 써도 마르지 않던 그 들샘 친구들과 물장난하던 들샘이 생각나는 여름이다. 2021. 8. 16.
삼복(三伏)이 지나다 드디어 말복이 지났다. 삼복이 다 지나간 것이다. 복날이라고 할때의 복(伏)은 엎드린다는 뜻이다.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여름의 화기를 두려워하여 세번 엎드리고 나면 더위가 물러간단다. 그 세번이라는 것이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이다. 삼복기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사소한 일도 하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였다.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도 조금만 참으면 된다. 모든것은 때가 되면 지나가게 되어 있으니 잘 견디면 되는것 같다. 2021.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