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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 한참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아침마다 텃밭에 물주는게 일이었다. 어제는 단비가 내려 텃밭의 땅이 촉촉해졌다. 작물들이 활기를 찾는것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물을 주는것보다 비를 맞으면 농작물이 잘 자란다고 한다. 특히 호박이나 오이는 물을 좋아한다. 4개월전에 예약한 건강검진을 마치고 오니 작물들이 춤을 추는것 같다. 검진 때문에 긴장했던 마음도 풀리고 단비도 내려서 홀가분한 마음이 되었다. 2022. 6. 16.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다 처음으로 서울에 올라가 직장생활을 할때였다. 좋은 옷,좋은 음식,좋은 학용품을 볼때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동생들이 생각났다. 알뜰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부모님이 필요한 것들을 사서 보냈다. 동생들에게는 주로 옷이나 학용품을 사서 보내고 아버지께는 당시는 귀한 멋진 시계도 사드리고 용돈도 보내드렸다. 그뿐인가 명절이면 커다란 가방에 선물을 가득 채워서 갔다. 하고 싶은게 너무나 많았지만 모든걸 참았다. 면장으로 재직중이시던 친척 할아버지가 '효녀'라며 지방 신문사에 제보하겠다고 했으나 엄마가 말리셨다고 한다. 퇴근하고 버스 정류장에 내려 골목길 입구에 들어서면 피아노 학원이 있었다. 날마다 그 시간이면 들리는 피아노 연주가 너무나 아름다워 나도 배우고 싶었다. 벼르고 벼르다 큰맘 먹고 학원 입구에 섰는데 .. 2022. 6. 13.
마을 단체여행 코로나로 중단했던 마을 단체관광을 다녀왔다. 대형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동네사람들이 모였다. 장소는 항구도시 목포다. 목포는 서해안 고속도로 종점이며 수륙 교통의 요지이다. 세시간 반쯤 달려 도착했다. 목포 해상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그 유명한 유달산에서 시작하여 고하도를 잇는다고 했다. 멋진 바다와 섬들 목포시내를 한눈에 볼수 있어 좋았지만 조금 무서웠다. 노적봉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군사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이엉을 엮어 바위를 덮었는데 마치 군량미를 덮어놓은 노적처럼 꾸며 군량미가 대량으로 비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한다. 정말 쌀가마니가 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점심시간에는 버스 기사가 안내하는 횟집에서 밥을 먹고 유람선을 타기로 했는데 우리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유람선은 .. 2022. 6. 8.
농번기 6월이다. 산이 더욱더 푸르러지고 햇볕은 따가워지고 있다. 이맘때면 농촌은 정말 바쁜때였다. 지금은 모내기가 빨라졌지만 대개 6월초에 모내기를 했다. 일일이 손으로 모내기를 해야하니 동네사람들은 품앗이로 서로 도우며 일을 한다. 아이들도 고사리손으로 부모일을 도와 모내기도 하고 새참도 나르고 풀도 뽑고 가축도 돌보고 했었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건 기본이다. 선생님들도 일찍 하교를 시키며 부모님일을 도와드리라고 늘 말씀하셨다. 지금의 농촌은 기계화되어 아이들이 농사일을 돕는 일은 없다.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좋은옷,좋은 음식, 좋은 학용품 언제든지 볼수 있는 책등 부족한게 없으니 말이다. 부모님 일을 돕기는 커녕 학원에 다니며 여러가지를 배우니 참 좋겠다. 학교에 가지 않고 여행을.. 2022. 6. 4.
밤나무 꽃 이 고장은 밤의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밤나무에도 꽃이 핀다. 지금이 피는 시기인가 보다. 온통 밤나무 산인 이곳에 밤꽃들이 피었다. 모든 꽃들은 다 이쁘다. 하다못해 잡초에 핀 꽃들도 이쁘다. 그런데 이 밤꽃은 이쁘지가 않다.향기롭지도 않다. 처음에는 그게 꽃인지도 몰랐다. 흰색도 아닌것이 길쭉하게 매달려 있다. 더구나 떨어지면 갈색으로 변하는데 벌레들이 떨어진 것처럼 지저분하다. 밤 까는걸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밤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것 같다. 밤빵,밤떡,밤막걸리,밤과자,밤묵,밤조림,군밤등등. 밤을 활용해서 만든 먹거리가 아주 많다. 우리는 밤농사를 짓지 않지만 덩달아 밤이 흔해졌다. 누군가 주기도 하고 수확이 끝난 밤산에서는 주인이 허락하면 주워가도 된다. 이맘때 이곳은 밤꽃이 지천이다. 2022. 5. 31.
마늘 캐기 마늘은 지난 겨울초 그러니까 10월 말쯤에 심었다. 무려 7개월이 지난 뒤에야 마늘을 캤다. 그러고보니 제일 오래도록 땅속에 있는 농작물이 마늘과 양파인것 같다.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다른집 마늘보다 훨씬 크기가 작다. 마늘대가 쓰러지면 캐는 거라고 했는데 며칠전부터 마늘대가 아주 쓰러져버렸다. 그래서 캤는데 비유를 하자면 꼭 매실 크기만 하다. 이웃이 이걸 보더니 마늘은 그걸 계속 씨로 쓰는게 아니라 1~2년 주기로 다른밭의 씨를 심어야 한단다. 이유는 모르겠다.다음에는 씨를 사서 심어야겠다. 아무튼 일거리가 생겼다. 크기는 작고 마늘쪽수는 많아져서 이걸 까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도 모아놓고 보니 뿌듯하다. 심지 않았으면 이나마 어디서 생기겠는가? 며칠후에는 예쁘고 동글동글하게 자라고 있는 .. 2022. 5. 27.
반가운 방문객 지난 토요일 막냇동생이 다녀갔다. 올해 교감으로 승진해서 학년초에는 바빴고 이제 조금 틈이 나서 다니러 온 것이다. 올케도 같이 왔으면 좋았으련만 몸이 조금 안좋아서 혼자 다녀갔다. 동생은 정년퇴임 하면 이런곳에서 사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마냥 어리게만 보인 동생도 나이 들어 가는 구나. 결혼전 명절에 고향에 가면 초등학생이던 동생은 모처럼 만난 누나가 잠만 자고 놀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해가 간다고 해서 같이 웃었다. 점심을 먹고 동생은 다시 제 집으로 가고 다시 둘만 남았다. 6월에는 딸네가 올것이고 다른 동생도 올 것이다. 이렇게 한가하게 사니 누가 오는게 반갑다. 2022. 5. 23.
책에는 우리에게 유익한 말들이 참 많다. 오늘 읽은 책에서 기억해 두어야 할말은 이것이다. 혀는 뼈가 없다. 그러나 뼈도 부러뜨릴 수 있다. 혀는 힘이 없다. 그러나 장사도 넘어뜨릴 수 있다. 혀는 발이 없다. 그러나 능히 천 리를 갈 수 있다. 혀는 날개가 없다. 그러나 온 천지를 날아다닐 수 있다. 혀는 연장이 아니다. 그러나 부수고 자르지 못하는 일이 없다. 2022. 5. 20.
부각 부각은 식물성 재료에 풀을 발라 말려 두었다가 필요할때 기름에 튀겨 먹는 음식이다. 재료는 가죽나무순, 깻잎, 풋고추, 연근, 국화잎, 감자, 김등이 있다. 시어머니는 가죽나무순과 김으로 부각을 만드셨는데 가죽나무순은 특유의 향이 있긴 하지만 부각맛은 일품이다. 연한 가죽나무순을 살짝 데쳐 말린다. 찹쌀가루로 풀을 쑤어 설탕,소금,고춧가루를 잘 섞은 다음 말린 가죽나무순에 골고루 발라 햇볕에 잘 말린다. 식용유에 살짝 튀겨 먹기도 하고 그냥 먹어도 된다. 오늘은 김부각을 만들어 보았다. 선물 받은 생김을 어떻게 먹을까 생각하다 김부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먼저 찹쌀풀을 잘 쑤는게 요령이다. 너무 묽어도 안되고 너무 되도 안된다. 주걱으로 떴을때 천천히 흘러내리는 정도가 좋다. 김을 펼쳐 차갑게 식은 풀.. 2022. 5. 16.
5월의 시 5월의 시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축복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의 가슴속에 떠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기도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볕이 아낌없이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2022.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