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129 미용실 수다 동네 미용실은 머리손질이 목적이지만 여자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곳이기도 하다. 누가 땅을 사고 누구는 바람이 나고 누구는 부부 싸움을 하고 누구네 자식은 어떻고 등등 남의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자기들의 이야기로 돌아온다.그 중에 압권은 목소리 높여 하는 자식 자랑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남편들은 천하에 둘도 없는 웬수(원수)가 된다. 저렇게 떠들다 집에 가면 속은 참 후련할 것 같다. 가슴에 묻어둘게 없으니 답답하지도 않을 것 같다. 답답할게 없으니 머리도 안 아플 것 같다. 큰소리로 말을 했으니 소화도 잘 될 것 같다. 밤에 한번도 깨지 않고 잠도 잘 잘것 같다. 나는 여태껏 저걸 못 해보고 사니 조금 부러운 생각도 든다. 2021. 2. 4. 입춘(立春) 오늘은 봄을 알린다는 입춘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새 눈이 제법 내렸다. 입춘이 되면 立春大吉(입춘대길) 建陽多慶(건양다경) 등의 글귀를 적어 대문이나 대들보에 붙이는 풍습이 있다. 좋은일이 많이 생기라는 뜻이다. 날은 여전히 춥지만 입춘이 되었으니 머지않아 따뜻한 봄이 오겠지. 2021. 2. 3. 불 주사 어느 시인의 왼쪽 어깨에는 불 주사를 한꺼번에 두번이나 맞아 생긴 커다란 흉터가 있다고 한다. 예전에 결핵 예방을 위해 맞은 주사로 어려웠던 시절이라 일회용 주사기 대신 유리 주삿바늘을 알코올 불에 소독하여 재사용 하였다고 한다.그래서 불 주사라고 불렀다. 아이들은 이 주사 맞기를 무서워 했다. 시인의 어머니는 이 주사를 맞으면 좋은 것이라고 하고 공짜라고 하니 지극히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예방주사를 한번 더 맞히려고 줄을 다시 서게 하여 두번을 맞히고도 한번 더 맞히려다 들켜서 두번에 그쳤다고 한다. 아들 사랑하는 어머니 마음이라 웃어 넘겨야 하나? 그때는 보건소 직원들이 학교로 오면 단체로 줄을 서서 주사를 맞았다. 나는 너무나 겁이 나서 살짝 도망가면 선생님이 붙잡아 세워 주사를 맞게 했다. 요즈음.. 2021. 2. 1. 조그마한 인공 연못 우리집 텃밭 옆에는 조그마한 연못이 있다. 남편은 나이들면 시골에 집을 짓고 살면서 연못도 만들고 개도 키우며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다. 그래서 이곳에 오자마자 인공 연못을 만들었다. 땅을 깊이 파고 물이 새지 않게 비닐을 깔고 다시 흙을 덮고 둘레에는 갖가지 크기의 돌을 쌓아 그럴싸하게 꾸며 놓았다. 취미가 낚시인데 붕어를 잡으면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하고 이 연못에 넣어준다.우렁이도 잡아 넣고 연꽃도 구해서 넣고 여름이면 연못 둘레에 봉숭아도 심었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 갔다. 그런데 며칠전에 붕어들이 모조리 배를 드러내놓고 뒤집혀 죽어 있었다. 연못이 얼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얼어 죽지는 않은것 같고 농사철이 아니니 농약이 튀었을리 없고 원인은 알수 없지만 한마리도 남김 없.. 2021. 1. 29. 오남매 이야기 과거에는 아들은 매우 중요시하고 딸은 천대하는 그런 시절 이었다. 우리 남매는 아들 둘, 딸 셋 이렇게 오남매 이다. 부모님이 혼인하고 7년만에 첫 딸인 나를 낳았을때는 괜찮았는데 바로 밑 여동생이 태어나자 아버지는 몹시 서운해 하셨고 오히려 할아버지께서 그런 아버지를 나무라셨다고 한다. 여동생이 기어다니며 방실방실 웃을때는 그래도 예뻐하셨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남동생이 태어나자 터를 잘 팔았다며 좋아하셨고 '원기소'라는 영양제를 사먹일 정도로 남동생은 사랑을 받았다. '원기소'는 당시 유행하는 영양제인데 엄마는 시렁에 올려놓고 남동생에게만 주었다. 그 다음 여동생이 태어난 날은 내가 막 11살이 되던해 눈이 펑펑 쏟아지던 겨울밤 이었다. 옆집에 사시는 큰어머니를 모셔오라는 엄마의 말에 잠이 깨었고 태.. 2021. 1. 27. 휴관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전국적으로는 줄어들고 있으나 잠잠하던 이 지역은 확진자가 늘어났다. 그래서 작은 도서관이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도서관에 애정을 가지고 봉사한 봉사자들 끼리도 만난지 오래 되었다. 겨울 방학이면 진행하던 대학생 학습지원도 이번에는 하지 않아 도서관이 썰렁했었다.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올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21. 1. 25. 눈 내리는 날 마을 풍경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옆집에 사는 아이 셋은 신이 났다. 아이들이 귀한 이 마을에서 제일 어린 아이들이고 막내가 8살이다. 오빠 둘을 형이라고 부르며 남자 아이 처럼 논다. 엉덩이에 커다란 비닐을 깔고 집앞 야트막한 경사길을 미끄럼을 타며 즐거워한다. 그 집의 개 백구도 덩달아 뛰어다닌다. 동네 할머니들은 마당 앞 길만 겨우 쓸어놓고는 행여 넘어질까 봐서 나오지는 못한다. 마을 회관앞에 줄지어 있는 운동기구는 눈을 뒤집어쓴 채 서 있고 아이 셋의 웃음소리는 더 높아만 간다. 2021. 1. 22. 미래의 일기를 쓰다. 12살된 외손녀가 미래의 일기를 썼다. 요약하자면 '2050년 어느 주말을 맞아 진공열차를 타고 미국에서 아침밥을 먹고 왔다. 이 진공열차는 단 몇분만에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다.한국에 도착해서 점심 먹기전 입체 홀로그램으로 생동감 있는 영화를 본다.영화 내용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니 도우미 로봇이 음악을 틀어주어 기분전환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외손녀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겠다. 그나저나 그런 세상이 오기는 하는 걸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도 몇 십년전 몇 백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 이었겠지.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로 갈 수 있고 KTX처럼 빠른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에 갔다가 그 날로 되돌아 온다. 멀수록 좋다는 화장실이 집안에 있고 빨래는 세탁기가, 청소는 청소.. 2021. 1. 20. 벽장(壁欌) 할아버지가 기거하시고 한자를 가르치시던 석호정 방에는 벽장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가끔 외지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 들어올때 할아버지께 인사하고 맛있는 것을 사와서 드리고 간다. 주로 곶감,사탕,부드러운 과자,꿀,엿 등이다. 할아버지는 손자,손녀에게 조금씩 꺼내어 주셨다. 군것질거리가 귀하던 그 시절에 당연히 꿀맛 이었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안 계실때에도 한번도 벽장문을 열어 본 적이 없다. 어른들 물건은 함부로 만지면 안된다는 가르침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주시는 것만 먹으며 그 속에는 항상 맛잇는 간식거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만 했다. 우리집에는 없는 벽장이 괜히 좋아보였고 친구집에 벽장이 있으면 그 속에는 귀한 물건이 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 석호정 벽장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2021. 1. 18. 겨울철 별미 매생이 굴국 오랜만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재래시장에 들렀다. 오늘은 날씨가 조금 풀려서 인지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매생이와 굴도 샀다.매생이는 전라남도 강진과 완도 등에서 자란다고 한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널리 알려진 음식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랬던게 매생이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 가격도 제법 올랐다. 이 매생이국은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아 옛 사람들은 미운 사위가 오면 매생이국을 끓여준다고 한다. 입천장 다 데어서 혼 나보라고. 나는 사위가 왜 미운지 알지 못한다. 저녁 밥상에 매생이 굴국을 올렸다.매생이 요리는 여러가지 이지만 추운 겨울에는 뜨끈한 국물이 최고다. 입천장 데지 않으려고 후후 불면서 먹으니 속이 따뜻하고 편안해진 느낌이다. 2021. 1. 15. 이전 1 ···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