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친정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이다.
내가 국민학교 1학년때 겨울 방학이 되자 아버지는 한문 책 한권과 방학 과제물을 챙겨 외가로 보내며 이 책을 공부하여 음과 뜻을 다 알거든 집으로 오라고 하셨다 한다.
아마 방학이 끝나도 어려울거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그러니까 방학동안 외가에서 살라는 뜻이다.
그런데 웬걸 일주일 만에 외할머니 손을 잡고 집으로 왔다고 한다.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한자를 읽고 뜻을 말하니 내심 놀라신 아버지는 순서를 바꾸어 물으셨고 나는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글자는 모르면서 무조건 달달 외우기만 한 것이다.
외할아버지는 이런걸 다 아시면서도 어린것이 얼마나 집에 가고 싶으면 그랬겠냐고 하셨다 한다.
외가는 넓고 외사촌 오빠,언니도 있고 무엇이든 해주려고 하는 외할머니도 계신데 왜 그렇게 집이 좋았을까?
방학이면 으례 외가에 갔다.외사촌 오빠들은 짖궂게 굴고 거위는 쪼아대고 외사촌 언니와는 낙엽이 굴러도 웃고 오리가 뒤뚱거려도 웃고 외할아버지가 방귀를 꾸셔도 깔깔거리고.생각해보니 내게도 순진하고 철없던 시절이 있었구나.
즐거웠던 그때 겨울 방학 추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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