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에는 석호정이란 정자가 있다.
안적마을 이라 불리는 우리마을은 하동정씨 보화가 보성군수로 부임시
그 동생 정세의 현손 정길이가 1595년 경에 이 마을에 이주하여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정길은 조선중기의 유학자로 자는 자정,호는 난곡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자이름이 난곡정사 이었으나 후손들이 1938년
석호정으로 개칭하고 3월중에 문중 및 회원계의 모임이 있고
시회나 강회가 열렸다.
곳곳에 현액이 되어있고 방은 세개이고 마루는 아주 넓었다.
내가 국민학교 들어갈 무렵까지는 매년 그런 행사가 열린것으로
기억되나 언제부터인지 열리지 않게 되었다.
아마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고 모이지 않으니 그런게 아닐까?
어떤 연유로 할아버지께서 그곳에서 기거하시는지 모르겠으나 그곳에서
기거하시며 사람들에게 한문을 가르치셨고 어린 나를 옆에 앉히시고
먹을 갈게 하시고 한자공부도 시키셨다.
큰집에서 돌계단을 30개정도 올라가면 자리한 그 정자는 마당 가운데에
잘 생긴 소나무가 있고 화단이 잘 조성되어 파초,목련,모란, 동백나무가
고고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사시사철 아름다웠다.
이곳은 우리들의 좋은 놀이터였고 친구들이 이곳에서 놀고 싶으면 꼭
내게 놀아도 되냐고 물어 보았다.
큰어머니와 어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삼시세끼 밥상을 들고 이곳을 오르내리셨고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는 저녁이면 아궁이에 군불을 때셨다.
할아버지는 제삿날과 명절날만 큰집으로 내려오셔서 식사를 하셨다.
나는 할아버지가 그 곳에서 큰소리로 글을 읽으시고 시조를 읊으시면 무언가
모르게 막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지금 마을에는 연세 높으신 어르신 몇분만 살고 계시다고 한다.
그 아름다운 정자,품위있는 석호정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니
참 반갑고 괜히 뿌듯하다.
석호정이 오래오래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