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년

강물에 떠내려간 신발 한 짝

by 생각총총 2021. 9. 2.

며칠전 내린 집중호우로 마을앞 하천에 물이 가득하다.

마을끼리 이어주는 다리에 물이 닿을듯하다.

옛날에는 여기에 징검다리를 놓고 건넜다고 한다.

이걸 보니 초등학교때의 일이 생각난다.

학교에 가려면 조그만 강을 건너야 하는데 거기에도 징검다리가 놓여 있었다.

어느날 아침에는 내리지 않던 비가 장대같이 쏟아지자 선생님들은 수업이 끝나기전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성화셨다

비가 많이 오면 징검다리도 물속에 잠기기 때문이다.

동네 언니 오빠들과 함께 징검다리를 건너가다 내 신발 한 짝이 벗겨져 세차게 흐르는 강물따라 떠내려가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장대비라 물살이 매우 거셌다.

아마 신발이 조금 컸을것이다.

부모님은 꼭 조금 큰걸 사주셨던걸로 기억한다.

엄하신 아버지 얼굴이 떠올라 오던길을 되돌아 외가로 갔다.

외가는 학교에서 우리집 보다 더 멀었다.

신발 한 짝이 없이 어떻게 외가까지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외가에서 외사촌 언니의 신발을 신고 야트막한 산을 넘어 외할머니의 치마꼬리를 잡고 집에 가니

아버지는 허허 웃으시며 나무라지 않으셨다.

그것은 다 외할머니 덕분이다.

외할머니는 막내딸이 늦게 낳은 나를 매우 귀애하셨던 것 같다.

큰 비가 와도 학교는 꼭 가야 하는 줄 알고 비오는 날에도 열심히 학교에 가면 강건너에서

선생님들이 큰소리로 또 손짓으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던 그 시절에는 비도 자주 왔던것 같다.

이제 그곳에는 튼튼한 다리가 세워져있다.

'202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39년간의 순애보  (0) 2021.09.09
이른밤 줍기  (0) 2021.09.06
나태주 시인의 시  (0) 2021.08.30
김장 배추를 심다  (0) 2021.08.26
허수아비를 얕잡아 보는 새들  (0) 2021.08.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