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년

호랑이 체육 선생님

by 생각총총 2021. 3. 5.

3월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읍내에 있는 중학교에 가던날 모든게 신기했다.

풀먹인 흰색 카라를 빳빳하게 세운 교복을 입는 것도 신기하고 수업시간 마다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는 것은 더더욱 신기했다.선생님들은 대부분 별명이 있었다.

체육 선생님은 별명이 호랑이 선생님이다.

학교마다 호랑이 선생님은 꼭 한분씩 계시나보다.

오른손에 조그마한 몽둥이를 들고 날렵하신 걸음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시면서 학생들을 감시하셨다.

아침이면 교문에서 교복치마가 짧은가 단발머리가 긴가 점검하시고 규칙을 위반한 학생에게는 엎드려 뻗쳐를 해서 엉덩이를 때리셨다.우리는 선생님이 너무 무서웠다.

어느날 우리 학교에 세련되고 예쁜 음악 선생님이 부임해 오셨는데 얼마뒤 체육 선생님과 음악 선생님이 결혼을 하셨다.

철없던 우리들은 저렇게 예쁜 음악 선생님이 왜 무서운 선생님과 결혼을 하실까 참으로 궁금했다.

어느 토요일에 수업을 일찍 끝낸 친구 서너명과 함께 선생님 댁에 갔다.

두분 선생님은 학교 근처 기와집 문간방에 살고 계셨다.

선생님댁에서 우리가 깜짝 놀랄일이 일어났다.

몽둥이 대신 체육 선생님이 라면을 끓여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다.

두분 선생님은 마주보며 다정한 모습으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다음 월요일에 선생님은 어김없이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해서 학교를 누비고 다니셨다.

세월이 많이 흘러 동문회 체육회에서 뵌 체육 선생님은 여전히 건강하시고 멋지게 가곡도 불러 주셨다.

음악 선생님은 몸이 조금 불편하셔서 못 오셨다고 했다.

사실 체육 선생님은 다정하시고 학생들을 아끼시는 분이다.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하시려고 호랑이 선생님을 자처하신 것이다.그때는 몰랐지만.

두분 선생님이 건강하시길 바란다.

 

 

'202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른봄 냉이 캐기  (0) 2021.03.09
지금은 트롯 전성시대  (0) 2021.03.07
완두콩을 심다.  (0) 2021.03.03
봄비 내리던 날  (0) 2021.03.02
의료진의 고충  (0) 2021.03.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