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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봄비 내리던 날

by 생각총총 2021. 3. 2.

어제 3.1절 휴일에는 봄비가 내렸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그치지도 않고 더 세지지도 않고 더 약해지지도 않고 그렇게 종일 내렸다.

건조한 대지에 흡족하게 내린 비였다.

갑자기 물이 불어난 동네 하천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백로들이 노닐고 있다.

가늘고 긴 다리를 느리게 움직이며 긴 부리로 물속에서 먹이를 찾기도 한다.

길고 외롭고 춥고 고단한 겨울을 걸어오느라 목말랐을 새봄에게 봄비는 요란하지 않게 조용조용하게 내렸다.

시인들은 비 오는 날에는 시가 저절로 나오나 보다.

그 중에 한편을 적어본다.

 

               비 오는 날의 기도

                                           양 광 모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니라 영혼과 양심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없이 내려

   그 땅에 꽃과 열매를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워내는 봄비처럼 살게 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단비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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