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많지는 않지만 눈이 내렸다.
겨울 들어서 처음 내리는 첫눈이다.
어릴적에는 눈이 오면 온 몸으로 눈을 맞으며 좋아했다.
특히 첫눈 내리는 날은 두 팔을 벌리며 더 좋아했다.
미끄러져도 엉덩방아를 찧어도 아프지도 않았다.
이제 눈 오는 날은 집안에만 있고 밖에 나갈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넘어져서 다칠까봐 겁쟁이가 되었다.
첫눈을 보니 결혼하기전 서울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처음 남자를 사귀던 그해 겨울 그 사람은 대구에서 잠깐 근무하게
되었는데 첫눈 오는날 만나기로 했다.
갑자기 첫눈이 오자 그 사람은 부랴부랴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왔고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니 연락할 길이 없어
내가 자취하는 집 창문을 두드린거다.
나가보니 그 사람은 눈사람이 되어 서있었다.
기억하기로는 그해 첫눈은 아주 펑펑 쏟아져 내렸던 것 같다.
막차를 타고 다시 내려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서.
그 사람과 결혼하여 지금까지 살고 있다.
'첫눈'이라고 써놓고 보니 글자 모양이 눈을 닮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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