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는 엄마를 제외하면 '방학' '외할머니'이다.
어릴적 방학이 되면 방학숙제를 챙겨 외가로 갔다.
조그만 산을 넘고 징검다리가 있는 강을 건너 대나무길 사이로 걸어가면 외가이다.
양쪽으로는 외할아버지 동생 그러니까 작은 외할아버지들이 사시는 작은 외가가 있다.
우리집과는 다르게 외가는 부자(?) 였다.
적어도 어린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방이 5개이고 큰 창고도 있고 일꾼도 있었다.
외할머니는 막내딸이 7년만에 낳은 나를 어미닭이 병아리 품듯 가까이서 따라다니셨다.
넘어질까 다칠까 염려해서 그러셨을 것이다.
일찌감치 경제권을 큰 외숙모에게 넘겨주신 뒤라서 외숙모의 눈치를 보면서도
나에게 무언가를 늘 주시려고 하셨다.
외가에는 언니 오빠들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5남매의 장녀인 나는 언니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울때도 있었다.
언니 오빠가 있는 친구들은 항상 의기양양해 보였다.
사촌오빠들 하고는 나이차가 있어서 내가 입학했을때는 오빠는 이미 졸업을 했다.
특히 싸울때 불리하다.
외가에 가면 언니 오빠들은 대부분 나에게 양보한다.
집에서는 항상 내가 양보해야 해서 어린마음에 억울할때도 있었다.
어른이 되어 막내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니 '막내 며느리'라는 말이 듣기 좋았다.
이제 나도 좋은 외할머니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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