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집에서 걸어서 한시간 이상 걸린다.
버스가 다니지 않아서 무조건 걷는 방법 밖에는 도리가 없다.
봄,여름,가을에는 들에서 일하는 어른들이 있어서 등,하교길이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추수가 끝나고 날씨가 추워지는 이때쯤에는 들판에는 아무도 없다.
동네 언니 오빠들과 친구들이 다 함께 모여 등,하교를 하면 무섭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2학년 일때의 일이다.
조금 있으면 3학년이 되는데 아직도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방과후에 이 아이들에게 구구단을 가르치라고 하셨다.
볼 일을 마치고 선생님이 오셨을때는 6학년 언니 오빠들도 모두 집으로 간 뒤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하늘을 보며 집이 학교 앞에 있는 친구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서둘러 집으로 갔다.
이제 저 모퉁이를 돌고 작은 고개를 넘으면 우리 마을이다.
나는 마구 뛰었다.
그때 키가 하늘까지 닿을 듯한 거인(?)이 내 앞을 막으며 물었다.
"너는 뉘집 딸이냐?"하고.
순간 나는 아버지께 나쁜일이 생길것 같아 큰아버지 함자를 말해버렸다.
그리고 거인은 사라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이 장면은 지워지지 않는다.
아직도 궁금하다.
정말 사람 이었을까?
아니면 무서워서 내가 헛것을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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