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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by 생각총총 2023. 10. 18.

너에게

                                 정호승

 

가을비 오는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 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수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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