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니 씨 뿌린 텃밭에 귀여운 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덩달아 잡초들도 신이 나서 자라고 있다.
잡초를 뽑을때 필요한 도구는 호미이다.
박완서 작가의'호미'라는 산문집에는 '호미 예찬'이 나온다.
내가 애용하는 농기구는 호미이다.
어떤 철물전에 들어갔다가 호미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손에 쥐어보니 마치 안겨오듯이 내 손아귀에
딱 들어 맞았다.
철물전 자체가 귀한 세상에 도시의 철물전에서 그걸 발견했다는게 마치 구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감동스러웠다.
호미는 남성용 농기구는 아니다.
주로 여자들이 김맬 때 쓰느 도구이지만 만드는 것은 대장 장이니까 남자들의 작품일터이나
고개를 살짝 비튼 것 같은 유려한 선과,팔과 손아귀의 힘을 낭비없이 날 끝으로 모으는
기능의 완벽한 조화는 단순 소박하면서도 여성적이고 미적이다,
호미질을 할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 감탄을 새롭게 하곤 한다.
호미질은 김을 맬때 기능적일 뿐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흙을 느끼게 해 준다.
원예가 발달한 나라에서 건너온 온갖 편리한 원예기구 중에 호미와 비슷한 것도 본 적이 없는 걸 보면
호미는 순전히 우리의 발명품인 것 같다.
또한 고려 때 가사인 (사모곡)에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 역사 또한 유구하다 하겠다.
낫처럼 예리하지 않는 호미의 날을 아버지의 자식 사랑보다 더 깊은 어머니의 사랑과 빗댄 것은
고려가사 치고는 세련미는 좀 떨어지지만 그 촌스러움이 오히려 돋보인다.
역시 작가들은 표현력이 참 좋다
호미 하나 가지고도 이렇게 멋진 글을 쓸수 있다니...
.나도 이제 호미를 제법 잘 다루며 유용하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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